2011년 11월 7일 월요일

[감상] 개발자를 부탁해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서평을 접한 후, 재밌겠다 싶어 책을 질렀다.

책은 기본적으로 남중-남고-공대의 길을 걸은 평범한 남성 개발자의 독특한 특성을 바탕으로 연애, 취업, 직장생활 등, 사회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발자 개무시 시대에 발맞춰 출간된 책으로 보이고, 소비자 층을 자극하기 위해 개발자의 연애에 대한 조언이라는 부분을 홍보에 집중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가 스스로 자신은 타고난 개발자는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쪽으로 발을 들이게 된 여성이라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몰입도가 떨어지고(원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개발에 발을 들이게 된 개발자들이라면 오히려 더욱 몰입이 될 것 같다),
연애 파트는 공감이 심하게 가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사실 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내용들인지라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취업, 직장생활 등에 대한 저자의 경험이 듬뿍 담긴 부분들이 많이 와닿는다.
저자의 영국 이민/이직기는 특히 본인도 많은 괴로움과 번민을 느끼며 시도했기 때문인지, 상당히 정보가 구체적이어서 외국으로의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쯤 볼만할 것 같다.

직장생활 이야기도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하기 전의 개발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사 생활과 실제 생활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회사 생활, 그 안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꼼꼼하게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멋진 부분은, 저자가 여성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털어놓는 가운데, 단순히 꼼꼼하고 생동감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직장생활 선배로서 후배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쓴 것 같은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이 부분이 사실을 가능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달하는게 목표가 되곤 하는, 개발자 대상 서적들(대부분 개발자 대상 서적은 개발자가 쓰고, 개발자의 일반적 글쓰기 목표가 그러하기 때문이리라)과 다른 부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나름 인상깊었던 부분을 발췌해 본다.
"응, 나 하버드 갈 정도의 성적이랑 SAT 점수도 나왔어. 아이큐로만 보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고도 해. 하지만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이고, 가능성에 매달리다가 인생 말아먹는 건 27년으로 족하다고 봤어. 내 가능성을 보고 알아달라고, 나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달라는 투정도 이젠 그냥 그만두기로 했어."
이제는 안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다른 것에 매달리면서 현실을 미래로 밀어버리는 쪽을 택하려 했다는 것. 식당에서 그냥 웨이터로 일하는 것보다는 뭔가 대단한 시험 공부를 하면서 '이건 그저 임시로 할 뿐이야'하는 쪽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난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 하버드 입시 준비를 하는 동안은 하버드에 갈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그냥 저임금 평사원으로 취업해 버리면 내 가능성은, 내 꿈은, 내 인생은 거기에서 끝나버리는 것 같아서 그걸 놓기가 힘들었다고.

댓글 2개:

  1. 이거 저도 볼려고 하는 데, 내용은 괜찮은 가요? 남자가 읽어 보아도 좋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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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남자가 읽기에 이해가 어렵거나 공감되지 않는 부분은 저는 못느꼈던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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