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과 자세로 책을 읽고 그로부터 공부를 해야 할지에 대한 유시민의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분량이 길지 않고 구어체로 되어있어 들고다니며 쉽게 읽을 수
있다. 오랫만에 출퇴근 길에 읽은 책이다.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구겨넣는게
아니라 필자의 감정에 공감하며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읽기를 추천하는데, 책을
읽다가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동의 순간은 나도 여러번 겪은 바라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 감동이 단순히 한 순간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유시민의 정치 행보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굴원과 등공문을 인용하며 이야기한 대목은 그런 감정을 내게도
주었고 코끝이 시려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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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인전 인생관'을 버렸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는 데격려를 준 문장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사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다르게 사는 건 안 될까?'
고민할 때 도움이 된 글입니다. 춘추전국시대 굴원이라는 사람이 쓴 '어부사'의
문장인데요, 굴원은 왕과 세상에 대한 원망을 담은 '이소'라는 글로도 유명합니다.
굴원은 백성과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다했는데 어리석은 왕이 알아주지 않았어요.
굴원은 억울하게 삭탈관직당하고 내쫓겼을 때 '이소'를 썼고, 죽으러 가는 길에
'어부사'를 남겼습니다. '어부사'에서 굴원은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어부한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써놓았습니다.
>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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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굴원의 '어부사'에 기대어 정치를 그만두었습니다. 대중이 나를 원하면 정치를
하고 대중이 원치 않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겠구나, 생각한거죠. 선거에서
세번 떨어졌으니까 사람들이 저를 원하지 않는 게 확실했습니다. 제가 잘났든
못났든, 제 눈에는 창랑의 물이 탁해 보여서 발을 씻고 제가 가고 싶은 길을
떠났습니다. 책임 회피라고 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오만하기 그지없는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행로를 변경하려고
할 때 누군가의 글에서 용기를 얻는 것도 공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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