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3일 토요일

리눅스의 주역들을 만나다 - Korea Linux Forum 2012 후기 -

이번 10월 11일과 12일, Korea Linux Forum 2012 가 열렸습니다.
http://events.linuxfoundation.org/events/korea-linux-forum

Samsung과 Intel이 주된 스폰서로 참여했고, Linux Foundation 주최로 열린 행사였는데요.
Linux Developer 들이 대거 참여하셨고, Linux 의 아버지, Linus Torvalds 형님께서 참가하신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었죠.

당연하게도 매우 애타게 여기 참가하기 위해 이래저래 노력했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저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행사 참가할 때마다 정말 많은 배움을 얻고 가슴벅찬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번 포럼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한 글이라,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물론, 제가 잘못 알아들은 내용이나 잘못 설명한 부분이 많을 테니, 이런 부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Day 1. 11th October - Keynotes & Talks
포럼의 첫째날은 8시 반부터 등록이 시작되었고, 9시 반 키노트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재밌는 건, 통역사가 지원되어서 동시 통역이 지원되었고, 통역해 주시는 내용을 자리에서 들을 수 있도록 라디오를 제공하더군요.
상당히 높은 퀄리티의 통역이었습니다. 약간의 시간차가 있긴 했지만 거의 동시간에 통역이 되어서 들으면서도 조금 놀랐네요.


키노트, 그리고 Linux Foundation 의 발표 스킬
Linux Foundation 의 Jim Zemlin 이 진행했는데, 리눅스의 현재 상황과 리눅스 개발의 의의 등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감명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Upstream 개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Open Source Software를 가져가 쓰기만 하거나 자기들 쓸 용도로만 수정하고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하더라도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하기만 하고 Upstream(main 개발을 하는 소스코드 저장소의 개발 stream)에는 그 변경내용/개선사항을 공유하거나 merge 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비용이 엄청나고, Upstream에 각자의 변경내용을 merge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엄청나다는 이야기입니다.
굉장히 동의합니다. 그러지 않는 환경에서 작업하며 커다란 좌절감을 느꼈던 기억도 있구요.

영어로 진행되는 행사에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native speaker인 발표자들의 말이 비 영어권 국가 진행자의 영어보다 잘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억양, 다양한 국가 외국인의 영어에 익숙하기에 더욱 그들이 듣기 편하게 구사하는 능력도 뛰어날 수 있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키노트 또한 그러해서, 내 영어 듣기 능력이 생각보다 우월한걸? 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에 벅차올랐다가 나중에 현실을 마주하고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가지 신기했던 건, 그 발표 능력이었는데요. 사실, 리눅스는 아무래도 Hacker들만의 성지에 가깝다는 느낌이 있어서 사회성 없는 Hacker 들만 있을 거라는 편견이 조금 있었는데, 스티브 잡스 부럽지 않은(Linux Foundation 멤버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는 건 당사자에겐 좀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뛰어난 발표 능력과 발표 중간중간의 유머와 조크가 상당히 돋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Jim Zemlin 과 Jon Corbet, Greg Kroah-Hartman, 그리고 Linus Torvalds 형님(호형호제 하는 관계 아니지만, 제 나름의 존경의 일방적 표현입니다^^;)의 발표능력이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Linus 형님께선 발표는 안하셨고 Talk 시간만 가지셨기에 발표능력이라 하긴 좀 뭐하긴 합니다만... 그 특유의 포스와 FOSS가... ㅎㅎ


리눅스 개발 참여의 현상황, 리눅스에 기여함으로써 얻는 것들
이후 여러가지 발표와 대담들이 있었습니다.
Jon Corbet 님께선 리눅스의 현재 개발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특히 3.7) 등에 대해 여러가지 자료 등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Volunteer 의 기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어진 커널 개발자들의 패널 대담에서 이에 대해 한편으로는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Volunteer가 두각을 보이는 즉시 회사에 채용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대담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고, 몇가지 주제들은 이 대담에서만이 아니라 이후 이어진 발표들과 다음날 이어진 세션에서도 계속해서 이야기 되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왜 그리도 커널 개발자들(이 경우 maintainer 라 칭하는 게 더 걸맞을 것 같지만)은 뉴비들의 컨트리뷰션에 까칠하냐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나름 큰 맘 먹고 패치를 만들어서 컨트리뷰션 하려 하지만, 이를 리뷰하고 받아주는 커널 개발자들은 보기에 따라선 좀 까칠한 어조/태도로 해당 패치를 reject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저도 리눅스에 패치를 보낸 적은 없지만 Android Open Source Project 에 몇개의 패치를 보낸 적이 있는데, 초반에 나름 까칠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재밌게 들었는데요.

이에 대해 개발자들의 의견의 대부분은, 넘어서야 하는 진입장벽이라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패치를 처음 contribution 하는 입장에선 왜 내 패치를 받아주지 않는지 굉장히 애석하지만, 사실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면 그들 말이 맞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고 상처 받을 것도 아니고, Feedback을 잘 해석해보고 이해하고, 논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에 대해 99.99% 동의합니다.

패널들과의 대화 이후에는 구글의 허태준님의 키노트도 있었습니다.
Some lines have 81 Characters. 제대로 뿜었습니다.ㅋㅋ
웃음 포인트가 어딘지 궁금하면 500원.


통역이 제공되는 만큼 영어로의 통역도 제공되기에 허태준님은 한글로 키노트를 해주셨는데요. 리눅스 개발을 함으로써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실질적인 이익, 그리고 기회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즐거움이야 개발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아실테고,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함으로써 그 메인 스트림 개발자 사이에서 social network이 생성되고, 대부분의 메인스트림 개발자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훌륭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채용의 기회도, social network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기회도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아직 OSS 쪽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는 뉴비지만, OSS에 기여하려 노력하고,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기여했는데, 그러면서 상당히 많은 즐거움과 기회, 이익을 얻었고, 그런 노력은 구글 코리아에서 마련해 줬던 어느 모임에서 허태준님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꼈기에 여러모로 많은 분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감사함은 patch로 갚아야겠죠 :)

발표자료를 github로 공개한 키큰남자, Greg Kroah-Hartman
태준님의 키노트 후에는 Greg Kroah-Hartman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Working upstream saves time and money

리눅스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앞서서 Linux Foundation의 발표력이 장난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개인적으로 이분의 발표력에 여러모로 매료되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둘째날의 발표였습니다만, 이 발표에서부터 느꼈던 게, 깔끔하고 알아듣기 쉬운 발표 내용, 분명한 발음 등의 발표 스킬도 스킬이지만, 개발자를 끌리게 하는 그 무언가, 하드코어 개발자로써의 아우라와 포스, 그리고 geeky한 센스가 넘쳐나더군요.
발표 시작에서부터 github를 통해 발표자료를 공유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발표 내내 지루할 새가 없었습니다.

Linus Time
어쨌든 이날 행사의 방점은 역시 토발즈 형님이었죠. 제 캘린더 일정의 이름은 Korea Linux Forum이 아니라 '리누스 토발즈 방한' 이었습니다.ㅋㅋ

마지막 시간으로 Intel 의 Dirk Hohndel과 Linus Torvalds 형님의 대담&QnA 세션이 있었습니다.
토발즈 형님은 QnA 세션을 즐기기로 유명하죠. 한국 개발자들 Shy 하다고들 하는데, 질문은 정말 많이 잘합니다. 저도 뭐 하나 질문하려고 손을 다섯번 들었는데 결국 시간이 다 되어서 질문하지 못했습니다 OTL
여러가지 질문과 재밌는 답변이 있었는데, nvidia에 가운데손가락을 친히 사용해주셨던 토발즈 형님의 얼마전 발언에 대한 질문이 좀 기억에 남습니다.
Greg의 geeky한 센스에 대해 앞서 이야기했지만, Geek's King 이라 불리는 토발즈 형님의 그 센스와 아우라 또한 형광등 백개 켠듯 하더군요.


이날 점심시간에는 토발즈 형님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람들이 토발즈 형님과 사진을 찍으려 긴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다른 커널 개발자들과 대화하는 중이었기에 좀 당황스럽거나 귀찮았을 수 있는데도 웃으며 사진에 응해주는 토발즈 형님의 대인배 스러운 웃음이 멋지더군요.

저도 한장 함께 찍었습니다 :)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토발즈 형님. 하지만 별 수 없었어요.

행사가 모두 끝난 후, 갑자기 사람들이 토발즈 형님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번엔 싸인행렬!
줄이 세워지는 징조가 보이자마자 저도 줄을 섰습니다.
어디에 싸인을 받으면 좋을까 고민을 1초 하다가, 맥북에어를 꺼냈습니다. 맥북 밑바닥에 싸인을 해주세요!
토발즈 형님께서 이 기계(맥북 에어)에는 싸인을 하지 않겠다고 하시더군요(암, 그래야 제 토발즈 형님 답죠.ㅋㅋ). 크게 당황했지만 곧바로 제 맥북에어에 리눅스를 설치하고 리눅스 머신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다시 한번 싸인을 부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싸인 성공!
좀 우발적으로 한 약속이지만 지켜야겠죠. 당장의 목표는 제 맥북에어에 리눅스를 설치하는 겁니다.
이미 문서는 많은 것 같은데, 조만간 설치하고 작업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해 볼까 합니다 :)
Signed-off-by : Linus Torvalds ;)




Day 2. 12th October - Technical Sessions & Party
첫째날은 약간 이론/개념/철학적인 이야기가 주가 되었던 것에 반해, 둘째날은 철저히 기술적인 세션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아침부터 세개의 방으로 나눠서 세개의 세션들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Write and submit your first Linux kernel patch
모두 인상깊고 많은 공부가 된 세션들이었습니다만,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아무래도 Greg의 세션이 인상깊었는데요.
아침에 강의장에 혼자 들어갔는데, Greg이 발표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발표 준비 마치고 나가기 전에 사진 한장!

Greg이 발표한 세션의 주제는 How to submit patches effectively. 첫째날은 전반적인 커널 개발 프로세스를 이야기했다면, 좀 더 practical 하게 패치를 작성하고 보내는 방법, 이 때 주의할 내용 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발표 내용은 곧바로 스크린캐스트로 녹화되어서 공개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소리가 좀 이상합니다.

이 세션이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저도 AOSP에 패치를 몇개 submit하고 merge 되는 경험을 해보고 나서 이를 바탕으로 AOSP에 패치를 보내는 방법 및 요령을 어느 행사에서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Greg의 발표에서 상당히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좀 더 실질적이고, interactive 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발표 진행을 보여주더군요.
발표내용은 소리가 좀 이상하지만 위 동영상을 보시면 될테고... 세션이 시작 전에 사람들에게 봉투를 하나 돌리며 그 안에 든 종이조각을 하나씩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받아보니 리눅스 소스코드들 중 파일 하나하나의 경로. 이걸 수정해서 패치를 보내 보랍니다.
복잡한 수정까진 필요없고 일단 코딩스타일 안맞는 것들을 좀 수정해 달라고.
럴수럴수이럴수! 발표에의 집중도도 높이고 커널개발에 진입할 기회도 제공하고! 발표 내용이야 뭐 더이상 말할 게 없구요.

한가지 아쉬웠던 건,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진 않았다는 겁니다. 청중도 많지는 않았고, 질문도 넘쳐나진 않더군요. 역시 우리나라에서 Contribution은 아직은 조금 서먹한 topic인가 봅니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바이긴 하지만, 멋진 세션이었던 만큼 더 아쉽더군요.


삼원가든에서 불타는 금요일 PARTY
포럼 스케쥴을 보면서 눈에 띄었던 게 둘째날 저녁 스케쥴이었는데요. 삼원가든으로 이동해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첫째날 아침 키노트에서 둘째날 저녁 강남 스타일의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적당히 고기나 구워 먹겠지 했는데.
정말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기 먹고, 여성 댄스그룹과 B-boy들의 공연까지 이어지는 정말 멋진 파티였습니다.
무대 뒤쪽에 위치한 작은 연못. 영롱한 빗깔의 잉어가 통통하더군요.

고기를 먹고 나오니 여성 댄스그룹의 공연이 한창!

영웅과 같은 개발자들, 처음 보는 개발자분들과 만나고 사진도 찍고 명함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정말 꿈같은 이틀간의 포럼,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행사를 주최/후원해주신 많은 관계자들과 회사에 감사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네요.
말로만이 아니라, 항상 이런 자리 마련해주는 관계자/회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LINUX
#LFKLF

댓글 2개:

  1. 저도 참석했었는데, 작년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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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oone Hur// 올해도 기대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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